2021년 10월에 제주도 한 달 살기로 서울에서 내려왔었다. 그리고 2022년 7월, 지금은 제주 서귀포 어느 조용한 마을에서 8개월째 살고 있는 중이다. 서울 지인들이 하나 같이 다 이야기한다. 어떻게 서울의 삶을 정리하고 제주도에 가서 살 수 있는지 궁금해하면서 부러워한다.
막상 내려와서 살다 보니 전혀 부러워할 거 하나도 없다. 제주도도 서울도 사람 사는 곳이라 다 똑같다. 외국도 아니고 한국말 쓰는 한국이고, 제주도에 사람 사는 집 도 많고 일자리도 관광지 특성상 참 많다. 하지만 모두 망설여지는 이유는 집이든 직장이든 뭐가 정해지지도 않은 채 떠날 수도 없고, 미리 정한다 해도 현생을 살면서 이것저것 알아볼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이 든다.
현생에 지쳐 바다와 자연, 탁 트인 제주도로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내가 제주도에서 집을 구한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집을 구했다는 게 매매로 샀다는 게 아니라 (그러면 좋겠지만) 1년 머물 집을 부동산을 통해 월세 계약을 했다는 뜻이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제주도에서 살 집 알아보는 방법
제주도는 가운데 한라산을 가로로 딱 잘라서 보면 위쪽(북쪽)은 제주시, 아래쪽(남쪽)은 서귀포시로 나뉜다. 제주시는 공항, 항구가 근접해 있어 인프라도 좋고 발전이 제일 잘 되어 있다. 이를 증명하듯 제주시 인구는 2022년 5월 기준 49만 명 정도이고 반면 서귀포시 인구는 절반도 채 못 미치는 18만 명 정도이다. 매물은 인구수에 비례해 당연히 제주시에 많은 편이지만 다른 도시들처럼 복잡한 편이라 정말 쉼을 위해 제주도로 오는 사람들이라면 제주시보다는 서귀포시를 추천하고, 제주시여도 도심이 아닌 외곽 지역을 권하는 편이다.
1. 부동산 어플 (직방 / 다방 / 네이버 부동산)
이 방법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서울이나 다른 지역처럼 매물이 많지 않은 편이다. 부동산 어플 '직방'을 통해 서울에 있는 구와 한번 비교해 보겠다. 인구 49만 명인 제주시는 전/월세 거래 매물이 656개, 인구 48만 명인 서울시 관악구는 1,801개가 있다. 거의 3배 차이가 난다.
이런 부동산 어플은 우리처럼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제주살이를 생각하고 오는 사람들도 이용하지만 제주에 벌써 자리를 잡고 사는 사람들도 똑같이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수요 대비 공급이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게다가 보다 보면 계속 같은 매물이 나갔다 올라오는데 그런 곳은 집에 하자가 있다거나 집주인과의 문제가 있다거나 등등 다 이유가 있다고 본다.
게다가 우리 같은 경우는 실제로 집을 보러 비행기 타고 갈 수도 없고 오로지 어플에 올라온 사진에만 의존해야 하니 리스크가 큰 편이다.
2. 네이버 카페
네이버 카페 [느영나영] 카페에서 '제주 부동산 114' 코너를 살펴보거나 [제사모] 카페에서 '제주도 부동산' 코너를 살펴보는 방법도 있다. 부동산 어플을 보는 것보다 오히려 방 정보를 디테일하게 알 수 있어서 추천한다. 1:1 대화를 통해 매물을 올린 사람에게 질문하거나 방 사진, 영상을 더 요구할 수도 있다. 네이버 카페에 올리는 사람은 부동산 중개보조원이나 중개사가 올리거나 집주인이 직접 올리는 경우도 있다.
제주시 같은 경우 오피스텔이 매물로 많이 올라오고, 서귀포시 같은 경우는 주택이 매물로 많이 올라오는 편이다. 바다가 보인다고 홍보하는 매물인 경우 월세 가격이 1.5배 이상으로 비싸지만 인기가 좋아서 조회수나 댓글 수가 많다. 부동산 어플처럼 필터링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서 최근에 올라온 매물 순서대로 일일이 봐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3. 부동산 (오프라인)
안다. 제주도에 오지 않는 이상 부동산에 갈 수 없다는 거. 하지만 제주도는 숨어있는 좋은 집들이 참 많다. 근데 그런 집들은 온라인에 잘 올라오지 않는다. 제주도에 오고 싶은 이런저런 사람들 문의가 귀찮은 걸 수도 있고 적어도 내가 만난 부동산 중개인 분들, 집주인분들은 연령대가 높아서 온라인 쪽으론 아예 생각도 못하시는 것 같았다.
서울에 있을 때도 집 알아볼 때 부동산은 귀찮아서 안 다녔는데 진짜 제주도에선 발품 좀만 팔면 의외로 좋은 컨디션에 저렴한 가격의 집을 구할 수 있어서 꼭 추천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을 통해 집을 구하는 게 정답이라면 제주도가 아닌 타 지역에 사는 여러분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제주도 부동산을 돌아다닐 수 있을까? 내가 1년 살이 월세집을 구한 방법을 통해 공유해 보도록 하겠다.
내가 집을 알아본 방법
1. 네이버 카페를 통해 한 달 살이 집 구하기
제주도로 떠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을 때 [제사모] 네이버 카페를 통해 한달 살이 숙소를 알아보았다. 한달 살이 숙소는 부동산 계약이 아닌 집주인과 직접 거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카페 글 중 괜찮은 조건인 것 같아서 집주인과 몇 번의 연락 후 계약금을 보내고 제주도로 향했다. 카페에 올라온 내용과 사진이 다를지라도 어차피 한 달만 머물 거니까 리스크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한달살이 숙소 고르는 팁을 원한다면 지난 내 포스팅을 참고해 보는 걸 추천한다.
제주 한 달 살기 숙소 후기! 본인의 스타일에 맞는 맞춤형 숙소 정보, 팁 자세히 알려드려요.
2. 한 달 살이 하면서 제주도 이 곳 저곳을 여행하며 마음에 드는 동네 고르기
제주도 한달 살이 하면서 많이 돌아다녔다. 집을 알아보기 위해 한달 살이를 한 게 아니었기에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며 우연하게 마주친 동네들 중 그냥 그 동네 자체 분위기가 좋거나 기억에 남는 동네 몇 곳을 골랐다. 특히 유명한 여행지보다 사람이 적고 조용한 여행지를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올레길 코스가 많이 도움이 됐다.
제주 올레길 코스는 제주도 한 바퀴를 도는 여러 개의 코스들의 집합체인데 제주도 구석구석을 걸으며 내가 몰랐던 제주도를 볼 수 있어서 여행이든 집을 알아보든 꼭 한번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주로 서귀포를 중점으로 다녔으며 올레길 6, 7, 10코스를 걸었다.
3. 마음에 들었던 동네 부동산을 다니며 원하는 조건의 집 알아보기
마음에 들었던 동네 세 곳이 있었다. 미리 전화하거나 예약 없이 무작정 부동산에 방문했다. 한 동네에 부동산 두 곳 정도를 다니며 내가 원하는 조건을 말씀드리고 중개사 분과 함께 직접 집을 보러 가서 방 컨디션이 괜찮은지 일일이 체크할 수 있었다. 이 동네 저 동네를 다니며 여러 부동산을 방문한다는 게 오래 걸릴 거 같지만 오히려 이틀 만에 집 알아보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한 달 살이 중 15일이 지나고 알아본 결과였다.
이렇게 해서 마음에 드는 집 세 곳이 있었다. 나는 현장에서 친절한 부동산 중개인 분을 만나 네고까지 하며 중개 수수료를 대폭 할인받아 계약할 수 있었다. 이 것이 조금 수고스러워도 발품 파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서울에서 잠시 쉼이 필요해 한달살이로 제주도에 내려왔고, 좀 더 머물고 싶어서 1년을 살기로 결심하고 집을 구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예 정착하고 싶은 맘에 직장을 구해 주중엔 회사 생활, 주말엔 제주도를 맘껏 즐기고 있다. 제주도에서 1년이라도 잠시 머물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러분도 약간의 귀찮음을 뒤로하고 조금의 수고스러움을 들인다면 숨 막힌 그곳에서 벗어나 탁 트인 제주로 올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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